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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산업이다. 이에 따라 수소환원제철(Hydrogen Steelmaking)은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원리와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 현황, 실제 적용 단계에서 드러난 비용·에너지·공급망 문제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철강 산업이 수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철강 산업은 인류 산업화의 근간이 되었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인 고로 방식은 철광석을 환원하기 위해 석탄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이 연간 약 19억 톤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철강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의 규모는 단일 산업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이유로 철강 산업은 글로벌 탄소중립 논의에서 항상 중심에 놓여 왔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환원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배출되기 때문에, 기술이 완전히 정착된다면 철강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철강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기술의 개념이 명확하다고 해서 곧바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괴로와는 전혀 다른 공정 구조를 요구하며, 대량의 청정 수소 공급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기술적 이상과 산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현장에서 만나는 철강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자체보다 수소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은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 상업화 초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구축을 넘어, 향후 철강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선택이 아니라, 점점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글로벌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의 실제 진행 상황
현재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단연 유럽이다. 스웨덴의 HYBRIT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사례로, 철강 생산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수소환원 철 생산에 성공했으며, 일부 자동차 제조사에 시험용 강재를 공급한 단계까지 도달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독일 역시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고로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거나 전환하고, 직접환원철(DRI) 설비와 전기로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수소환원제철 설비 투자 비용은 기존 고로 대비 수조 원 규모로 증가하며, 그린 수소를 사용할 경우 생산 단가는 현재 철강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과 한국은 기술 개발과 파일럿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상업 생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전력 비용과 수소 생산 비용이 높은 구조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역시 장기적인 연구는 진행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고로 기반 생산을 유지하면서 효율 개선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보면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력 인프라, 수소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과제에 가깝다. 수소를 생산하려면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고, 이를 저장·운송하는 인프라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결국 철강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지원과 정책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수소환원제철은 일부 선도 기업과 국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철강 생산 전체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은 앞서가고 있지만, 산업 구조는 여전히 따라오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분명 철강 산업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 고로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탄소 감축 목표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을 중심으로 기술 실증과 초기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이 기술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비용과 에너지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린 수소의 대량 생산과 안정적 공급, 전력 인프라 확충,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향후 10~20년간은 기존 고로 방식과 수소환원제철이 공존하는 과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수소환원제철의 성공 여부는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전환 정책과 산업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 철강 산업은 이미 변화의 문턱을 넘었고,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이다. 친환경이라는 명분뿐 아니라, 산업적 현실을 고려한 점진적 전환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여겨진다.